아카이브/하루하루 살아가기

주먹왕 랄프

이민재님 2015. 7. 1. 10:27

주먹왕 랄프

 


   사람은 보통 자신의 캐릭터대로 삶을 살아간다. 어떤 모임이 있다면, 분명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캐릭터가 있다. 어떤 사람은 그 모임에서 호구 캐릭터라서 모든 친구들이 그 친구가 말하면 일제히 욕을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은 이성 이야기에 대해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성관계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모든 친구들의 시선이 그 친구에게로 가는, 그런 친구도 있을 것이다. 항상 모임을 주도하면서 시간을 맞추고, 장소를 정하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얼굴이 잘생겨서 (또는 예뻐서), 모든 친구들이 얼굴을 인정해주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듯 하나의 예능처럼 캐릭터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우리 모두는 모임을 여러 개를 가지고 있지만, 각 모임마다의 자신의 캐릭터가 있고, 지켜야 할 무언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캐릭터가 확실하게 잡혀있는 모임일수록 대개 모임이 재미있게 잘 돌아간다. (특히 이런 모임은 겉에서 보기에 엄청 친해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어떤 모임에서건 간에 문제가 발생한다. 모든 문제를 내가 다 다룰 순 없지만, 여러 문제 중 하나는 아마 캐릭터 문제일 것이다. 호구 캐릭터인 사람이 계속 캐릭터 때문에 욕을 먹다가, 순간 짜증이 나서 폭발하는 경우이다. 이 사람은 옳은 말을 해도 친구들에게 욕을 먹는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짜증이 나고 화가 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무언의 약속이 깨지면서 친구들이 당황하게 된다.

  바로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주먹왕 랄프이다. 랄프는 게임에서 두 명의 주인공 중 하나이지만 악역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천대를 받는다. 그 어떠한 존중도 받지 못하고 게임이 끝난 현실세계에서도 사람들은 랄프를 왕따시키고 자기네들끼리 축제를 즐긴다. 우리는 현실세계에서 랄프와 같이 궂은 역할을 하는 친구들을 존중해줘야 한다. 랄프와 같은 역할을 하는 친구가 없으면, 모임이 제대로 돌아가기가 힘들다. 이러한 호구 같은 친구들이 모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임에서 캐릭터 놀이를 하며 대화를 하는 것도 좋지만, 각각의 고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러면 캐릭터 놀이도 할 수 없고, 소중한 친구를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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