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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들의 히치하이킹(2013)

이민재님 2016. 5. 11. 20:17


잉여들의 히치하이킹(2013)



  겁 없는 청년 4명이 펼치는 미치도록 아찔한 1년의 유럽여행 다큐멘터리이다. 20대 초반에 미치도록 잉여로운 시절에, 그들은 학교를 그만두면서 큰 결단을 내린다. 아주 조금의 돈만을 가지고 무전으로 유럽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그 것도 1년간이나! 그 배경은 이렇다. 영화를 전공하는 청년들의 재능을 살려 유럽의 호스텔 홍보영상을 제작해주고 잠자리, 먹을 것을 제공을 받는 것이다. 물론 이동하는 것 역시 히치하이킹, 또는 무임승차라는 불법(?)을 행한다. 미치도록 무모한 이 여행은 처음에 7명으로 시작했다가, 원래 멤버였던 4명만이 남게 된다. 그만큼 이 여행은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어지는 여행인 것이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1년동안 계속 붙어있으면 마음이 안 맞는 부분이 생기고, 감정의 골이 생길 수가 있다. 그들의 여정을 한 마디로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행 초반에 길거리 취침, 라면으로 끼니 때우기에 지쳐갈 무렵 오마라는 친구를 만나고, 그는 따뜻한 잠자리, 먹을 것을 제공해주었다. 따뜻한 응원과 함께 말이다. 그 이후 이탈리아 로마에 무사히 도착을 하게 되고, 돈이 다 떨어질때까지 거기에 머물면서 한인민박뿐만 아니라 외국 숙박업소에도 메일을 보내게 되고, Yellow Hostel이란 데서 처음 연락이 오게 된다. 이 때부터 기적이 시작된다. 완벽한 실력은 아니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발한 영상미로 그들은 홍보 영상을 매우 잘 만들어서 유럽 숙박업계에 입소문을 타게 된다. 그들은 유럽 숙박업계에 엄청난 스타가 되고, 돈과 함께 호텔에서 숙식을 최고급으로 제공해주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 후에 터키에서도 일을 하면서 3개월 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휴식을 한 것 같다. 1년 간의 여행을 100m 달리기처럼 계속 달리면 당연히 완주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들에게 터키는 남은 목표까지 달려갈 수 있도록 에너지를 보충 할 수 있는 장소였던 것 같다. 헤어질 때 터키 호스텔 사람들과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정말 많은 것을 교감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그들의 최종 목표인 포스트 비틀즈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것을 향해 영국으로 간다. 이 때 이 여행의 리더인 이호재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인해 뮤직비디오를 동시에 2개를 작업하게 되고, 이는 끈끈했던 팀원들간의 불화의 씨앗이 된다. 다른 멤버들은 조금 지쳐있던 것이다. 그걸 몰라주고 리더인 이호재는 그들을 끝까지 자신의 페이스대로 끌고 가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은 여행 7일을 남기고 이호재는 혼자 이 여정을 마무리하러 떠나게 되고, 멤버들은 이호재를 뒤따라가 결국 네 명 모두 다 같이 1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나도 10일 간 우리나라 곳곳을 무전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절친한 중학교 친구와 함께. 우리는 좋은 추억을 만들었지만, 여행의 마무리는 나 혼자 했었다. 여행의 리더로써 팀원의 페이스가 아닌 나의 페이스를 강요했던 것 같다. 좀 더 그 친구에게 공감해주고 맞춰줬더라면 좀 더 길게 같이 함께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조금은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리더를 믿어주는 좋은 동생들이 있다는 것이 참 부러웠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니, 나도 떠나고 싶어졌다. 남들처럼 유럽 관광명소를 다 돌아보는 여행이 아닌, 그들의 삶과 부딪치는 여행을. 그 안에서 상처도 받겠지만,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대기업 면접을 본 나에게 그런 날이 올까? 꼭 이런 여행은 아니더라도, 가슴 뛰는 여정을 떠날 것이다. 그것이 어떤 여정이 됐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