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하루하루 살아가기

과외 선생님을 하면서 느낀 점

이민재님 2015. 2. 9. 17:57



나는 대학교 입학 전부터 지금까지 과외를 쭉 해온 사람이다. 과외 짬이 햇수로 6년은 된다. 과외를 하면서 다양한 학생을 만나봤고, 다양한 부모님들의 유형을 만나보았다. 학생을 가르쳐보면서 나 나름대로 수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더 나아가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생각을 많이 해봤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 스스로의 주관이 있어야 한다. 내가 무엇을 배우고 싶고, 어떠한 결과를 이뤄내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 ‘배움이라는 것은 공부보다 더 큰 개념으로써 살아가는데에 꼭 필요한 요소이다. 배움은 꼭 필요하지만, 공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부는 하고 싶은 사람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입장에 서 있는 나로서 가끔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공부로 혹사시키려고 하는 것을 마주하게 되면 답답하고 어리석어 보인다. 그런데 이 말은 매우 위험한 말이다. 그 분들은 사실 나보다 그 아이를 훨씬 더 많이 알고, 더 사랑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일개의 과외선생이 그런 옳고 그름을 따진다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매우매우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객관적으로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때문에 소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것은 잘못 되어도 한참은 잘못되었다. 학생의 선행학습의 정도, 학생의 점수에 너무 연연하는 학부모님들을 만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학생이 불쌍해진다. 공부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공부는 경쟁심에 의해 하고 싶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이 원치 않는데 아이를 다그쳐서 문제를 좀 더 많이 풀게 한들 과연 그 학생의 실력이 좋아질까? 나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학생에게 전혀 동기부여가 되어있지 않은데 내가 그 학생의 의지와 상관없이 엄청난 숙제를 내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그 학생의 자존감을 낮추고, 수학이 아닌 인생 전반에 있어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참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나중에 내 아이가 생긴다면 그의 자존감을 키워주고 싶다. 그리고 배움의 즐거움을 몸소 깨닫도록 해주고 싶다. 여기서 배움이라는 것은 입시공부가 아니라 폭 넓은 의미로 말하는 것이다. 그 아이가 수학점수 0점을 맞더라도 나는 상관없을 것 같다. 그 아이의 주관이 있고, 그 계획하에 수학 0점이라는 점수가 나온 것이라면 나는 내 아이의 가치관을 지지해주고 싶다.

가끔 사람들을 만나면 나의 가치관과 다른 말을 듣곤 한다. 예를 들면 선행학습이 중요하다.’ ‘공부에는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이란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라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 중에는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맞는 말이라는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나도 어렸을 때 기적의 공부법과 같은 책을 읽으며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싶었다. 분명 우리 주변에는 대충 대충 공부하면서 나보다 점수를 잘 받는 친구들이 적어도 한 둘은 존재한다. 그 친구들은 천재라고 칭송 받으며, 그 친구들은 그런 것에 우쭐댄다. 하지만 나는 중3때 했던 생각이 있는데 아직도 정말 그 생각을 확고히 지키고 있는 말이 있다. 내가 만약 반에서 1등을 한다고 하자. 그리고 아주 근소한 차이로 2등을 하는 친구가 있다. 그런데 나는 공부를 하루 종일 미친 듯이 하는 스타일이고, 2등하는 친구는 진짜 공부 하나도 안 하는데 시간대비 훌륭한 결과는 내는 친구이다. 많은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다. 야 진짜 내가 민재 너처럼 공부했으면 전교 1등은 그냥 했겠다. 2등하는 애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야 너는 공부를 그렇게 안 하는데 왜 그리 잘하냐? 부럽다.” 이런 가치관은 옳지 않다. 효율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가성비 같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개처럼 공부했든 뭐든 간에 나는 그 친구보다 결과가 좋다. 그 사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는 머리가 나보다 좋아서 효율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타고난 재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더 대단한 재능을 타고 난 것이다. 바로 노력의 유전자이다. 나는 노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남들보다 비효율적일지는 몰라도, 노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해내려고 한다. 그리고 이 것은 대체로 26년 인생 동안 성공적이었다.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나보다 많이 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글이 좀 두서없지만 정리하자면 이렇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말자. 노력은 언제나 중요하다. 노력을 할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재능이다. 나의 아이를 키울 때는 공부를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것 보다는 확고한 가치관을 지닌 아이로 키우고 싶다. 이상 과외를 하며 답답한 과외선생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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