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로봇공학 학제전공 합격후기
총 19명의 지원자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중 합격한 학생은 석사과정, 석박통합 과정 합쳐서 7명인 것 같습니다. 면접에 참여하신 교수님은 세 분이었습니다. 나이대별로 30대 초반, 40대 초반, 50대 노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일단 처음에 1분 자기소개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저는 영어를 조금 어필하려고 그 자기소개를 양해를 구하고 영어로 했습니다. 그 후 한 교수님이 우리나라 말로
“그래서 뭘 하고 싶다는거야?”
라고 물어보셔서 간단하게 다시 우리나라말로 대답을 했습니다.
나: 저는 실생활에 밀접하게 쓰일 수 있는 감성로봇을 만들고 싶습니다.
교수2: 아 그래? 전공을 바꾸겠다는건가?
나: 네? 그게 무슨? (제가 기계과인데 전자쪽에서 하는 것을 언급해서 그러신 듯)
교수1: 감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 기쁨, 슬픔, 분노 같은 것들입니다.
교수1: 감성을 로봇에게 알아듣게 주입해야 하는데, 이 것을 1차 상미분방정식으로 정의해볼 수 있겠나?
나: (잠시 생각) 잘 모르겠습니다.
교수1: 뭐 예를 들면 t=k에서 무엇을 받아서 그 다음 t=k+1번째로 뭐시기 저시기…
나: 아 네. 그러면 될 것 같네요.
교수1: 그럼 자네 state equation이 무엇인지 아나?
나: (잠시 생각) 잘 모르겠습니다. 상태방정식??
교수1: state equation도 몰라?
나: 용어를 모르는 것 같은데 작은 예시 하나만 들어주시면…. 해볼 수 있습니다.
교수2: 아니 어떻게 state equation도 몰라?
교수3: 그니까 엑스 닷 더하기 에이 엑스 이퀄 영 에서 엑스가 뭔가?
나: 엑스가 함수입니까?
교수3: 뭐라는거야? 이것도 모르나?
나: …
나: 아 혹시 익스퍼넨셜의 마이너스 에이티?? 이 것입니까?
교수3: 그게 단가?
나: 아 상수도 붙어야 할 것 같습니다.
교수3: 아니 그게 아니고… 음.. 아무튼 맞았다. 행렬로 이야기해야 더 정확한 것이지. 아무튼 어떻게 너는 state equation도 모르니?
나: …
교수2: 자네는 앞에 영어만 잘하고 뭐 잘하는 게 없는 것 같네?
교수1: 자네는 다 모른다고 하면 끝나나? 열의가 없어 보인다.
나: 아니 그게 아닙니다. 진짜 모르겠어서…
교수1: 시도조차 안 하는 것 같아.
교수3: 교수님들 뭐 더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세요?
교수1,2: 아니요 저는 끝난 것 같아요.
교수3: 네 수고하셨습니다.
나: (퇴장)
끝나고 생각해보니 state equation은 매우 쉬운 것 이었네요. 저는 state space representation이라고 배운 그것을 물어보신 것 같네요. 아무튼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주 기분이 상해서 대전 터미널에서 라면 하나 먹고 집으로 돌아오고 부모님께 잘 안될 것 같다고 했는데 최종 합격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매우 의아합니다. 대답도 잘 못했을뿐더러, 열의까지 없다고 하셨으니…… 당연히 안될 줄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합격하게 되어서 참 미묘한 기분이 듭니다. 그렇다고 성적이 좋았다 라든지, 프로젝트 경력 같은 것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붙었네요. 아무튼 기분은 매우 좋습니다.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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