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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2015

이민재님 2016. 3. 1. 18:17

귀향, 2015

Spirits’ Homecoming, 2015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우리의 아픈 이야기. 우리나라 어린 아이들, 이제 막 생리를 하기 시작한 아이들을 성노리개로 이용한 일본군. 영화에 비춰진 일본군은 참으로 잔혹 무도한 인간들이었다. 나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다. 그 영화를 보고 우리 사회의 시선을 둘러보니, 여기에는 더 잔혹한 이야기가 숨어있었다. 영화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어떤 미친 사람이 위안부 피해자라고 자신을 신고하겠어? 쪽팔린줄 알아야지

이는 너무나도 잔인한 말이다. 타국의 군인들에게 성적 학대와 극심한 고통을 받고 조국으로 돌아왔는데 고향 사람들은 이런 말을 했다.

화냥년

이 단어는 전쟁이 끝나고 위안부피해자들이 돌아올 때 들은 말이다. 전쟁 피해자인데 고향으로 돌아와도 몸 팔다 온 여자들이라는 오명을 갖고 평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위안부피해자들은 이러한 사회적인 시선에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까?

 개인적인 경험 하나를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이 영화를 예매하고 혼자 조용히 보고 있었다. 옆 자리에 앉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두 명이 이 영화를 보고 대화를 하는데, 시시덕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일본군이 위안부피해자를 성폭력하는 장면에서 일본인 팬티가 웃기게 생겼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웃고 있었다. 나는 이러한 일을 겪으며 화가 나면서 한 편으로는 이 것이 현실이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성급한 일반화는 위험할 수 있지만, 적어도 이렇게 위안부관련 일을 잘 모르고 그냥 하나의 해프닝이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아 너무 분했다. 앞장 서서 그들을 감싸주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멀리서나마 듣고 조용히 응원하는 사람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그 친구들이 계속 그런 식으로 시시덕거려서 한 마디 해주려고 했는데, 그들은 중간에 나가버렸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못 받아내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 이 문제는 돈 문제가 아니다. ‘위안부피해자 지원금은 얼마든지 우리나라에서 모금할 수 있다. 우리 국민들 중 기꺼이 그럴 사람들은 많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나라 전체가 위안부피해자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대외적으로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내고, 역사에 그 기록을 똑똑히 남기면 되는 것이다. 분하다. 분하다. 정말 화가 나고 분하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직시하고, 조금씩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