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너 : 리리코 스핀토
여의도 IFC몰에서 ‘더 테너 : 리리코 스핀토’를 조조영화로 봤다. 여의도 IFC몰은 처음 와봤는데, 아주 큰 규모의 쇼핑몰이고, 또한 CGV도 상당히 큰 규모로 조성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음악에 관한 영화를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즉흥적으로 이 영화를 고르게 되었다.
한 천재 음악가, 테너 배재철의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영화이다. 큰 재능을 받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모든 상을 휩쓸 만큼의 실력을 가진 테너였던 배재철, 그에게 갑상선암이라는 시련이 찾아오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나도 아마추어로 노래를 하는 입장으로서 그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머리 속으로 상상해볼 수 있었다. 노래가 그의 모든 것이었고, 그의 정체성을 정의해주던 것인데, 단 한 순간에 그 것을 잃어버리고 그는 삶의 이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살고 싶을 것인가? 그런데 그는 코지라는 자신의 재능을 끝까지 믿어준 친구 덕분에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게 된다. 그가 목소리를 잃은 후 주변의 많은 사람이 떠나가게 된다. 그를 옆에서 보좌해주던 매니저, 그리고 그의 소속사, 그의 감독마저 그를 떠나버린다.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두 사람이 남아 그를 끝까지 믿어준다. 바로 그의 아내, 그리고 일본인 친구 코지이다. 이런 상황에 아무리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라도, 지지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삶을 이어나가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를 진정으로 믿어주는 사람이 있기에 그는 다시 삶을 이어나가고 꿈을 이어나간다. 비록 예전처럼 화려한 고음을 내지는 못하지만, 그는 그만의 스타일로 성악가 생활을 이어나간다.
25살의 내가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인생에는 반드시 시련이 찾아온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의 시련을 맛봤다. 지금 다른 누군가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재수의 실패를 경험한 것이 정말 힘들었다. 그때는 나의 정체성을 정의해주던 것이 바로 공부였다. 성적이 나를 정체성을 정의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정작 내가 그토록 열심히 해서 얻으려 했던 점수를 못 받으니 나의 자존감은 땅 끝까지 추락했다. 가장 가까웠던 친구들도 보고 싶지 않았고, 부모님께는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성적은 나의 전부가 아니다. 그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바로 사랑하는 사람의 몫이다. 그 것마저 없다면 나는 끝없이 추락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결국은 사람인 것이다. 나의 정체성은 성적이 아니라 그냥 나 자신일 뿐이다. 내가 무엇을 못하든 잘하든 간에 나는 나로써 충분한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게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그것은 참 행복한 삶일 것이다. 영화가 꽤나 잘 만들어졌지만, 중간중간 밀도가 좀 부족한 장면들이 있었다는 것은 조금 아쉽다. 그래도 나에겐 좋은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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