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멍키 (Chaos Monkeys)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지음, 문수민 옮김
2017-10-15
비즈페이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으로 계신 임정욱 님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보고 충동 구매하여 읽게 된 책이다. 실리콘밸리의 한 창업가의 창업부터, 페이스북으로의 엑시트, 그 후 페이스북 직원이 되어 제품관리자로서의 업무까지의 커리어를 총 망라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매우 신랄하게 실리콘밸리를 비판하고, 페이스북을 까버린다. 법적으로 페이스북에 소송이 안 걸린 게 이상할 정도이다.
한국 소셜 커머스 업계에서 CTR, CVR을 극대화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책 표지 뒷편에 쓰여진 리뷰처럼, “IT기업에 관한 매혹적이고도 철저한 길잡이이자 필독서.” 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정말이지, 이 책은 커머스 기업에서 물건을 많이, 잘 팔기 위한 미션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교과서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 애드그로크의 기술에 대해 매우 형편없고 그냥 수천 줄의 쓰레기 코드라고 칭한다. 그런데 이 스타트업은 페이스북에 인수되었고, 그를 페이스북 제품관리자로 스카우트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창업 초기부터 같이 일한 동료들은 트위터로 스카우트되었다. 그들은 지금 이 책의 저자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가 배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연락하며 잘 지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마음에 드는 점은, 창업자로서의 온갖 신념이 있는 척, 고고한 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창업이 페이스북으로 스카우트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이었다고 폄하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보통은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라든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연결하기 위해서” 와 같은 목표들로 본인의 창업을 있어보이도록 포장하는데, 그는 그냥 떼돈을 벌기 위해서, 페이스북에 엑시트 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정말이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신기한 사람이다. 그는 지금 IT 광고업계에서 은퇴하고 요트를 타며 세계를 일주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하고 있지 않을까?
다시 나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나는 지금 속한 이 기업에서 CTR, CVR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추진한다. 정말 미치도록 바보 같은 수작업부터, 조금 있어 보이는 머신 러닝, 연관 룰 마이닝 로직을 이용하여 고객들에게 추천하고, 그 결과를 CTR, CVR, GR로 분석한다. 물론 조금 있어 보이는 머신 러닝, 연관 룰 마이닝 로직도 로직 자체는 고고할지 몰라도 이를 실제 아름답게 자동화 적용하는 것은 매우 매우 힘들다. 기술적으로 힘들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힘들다. 이 업무를 혼자만의 힘으로 전문서적, 기술블로그, 논문을 찾아 공부하고 적용하다 보니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았다. 또한 매우 고독했다. 그러나 이 책을 보고 이러한 것들을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해결해나가고 있는지를 보니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내가 하는 짓이 삽질은 아니었구나……’ , ‘실리콘밸리에서도 삽질을 하는구나… 물론 내가 가지고 있는 삽보단 훨~씬 크고 멋진 삽이지만……’
정리하자면, 소셜커머스에서 기획팀, 전략팀, 데이터팀에 있는 모든 분들은 교과서처럼 읽어볼 수 있고, 내용 또한 매우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올해 최고로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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