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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인사이드 (2015)

이민재님 2015. 10. 18. 00:54

뷰티 인사이드 (2015)



  참 좋은 영화였다. 참 좋았다. 어떻게 보면 각본이 정말 유치하고, 말도 안 되는 설정이다. 극 중 김우진의 얼굴이 자고 일어나면 바뀐다. 정말 판타지 소설과 같은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안에서 실제 사랑을 정말 잘 표현했다. 개인적으로 제목이 마음에 들진 않는다. 뷰티 인사이드라는 것은 내면의 아름다움이라는 이야기인데, 나는 사랑이 그런 것이라기 보다는,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내면이 아름다우면 물론 좋겠지만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은 부분도 분명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그 사람을 사랑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이 스토리를 잘 표현해주지는 않지만 어쨌든 영화 자체는 명작이다.


아무데도 털어놓을 곳도 없이 정신적으로 상처만 늘어가는 이수…… 사랑하는 사람이 매일 얼굴이 바뀐다면 정말 힘들 것이다. 매일 처음 보는 얼굴을 가진 사람과 사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우진은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우진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감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떠나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걸 지켜보다가 끝내 그녀를 놓아주기로 한 우진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나는 우진과 같은 상황에서 그러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이 영화를 보며 예전에 즐겨봤던 일본 영화의 감성을 짙게 느낄 수 있었다. 비현실적인 상황을 가정하여 이야기를 끌어나가는데, 그 상황을 풀어나가는 극 중 캐릭터간의 벌어지는 이야기, 그 안에 진실이 담겨 있는 것이다. 오히려 그 진실을 더 명확히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참 좋다.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매일 고민 하고, 항상 생각하고 있는 질문이다. 나의 일기장에 쓰는 단골 주제이기도 하다. 요즘 참 많이 외로웠는데, 우진이를 생각해보면 나는 외롭다고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우진의 상황은 이렇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져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은 그 상황 때문에 힘들어하고 떠나려고 한다. 이런 상황은 정말 너무나도 비극적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어떻게 해도 고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극 중 우진이 이수에게 결혼하자고 했을 때, 이수는 말했다. “너는 너만 생각하니? 결혼 하려면 생각해야 될 게 얼마나 많아? 가족들에게는 어떻게 말할건데?” 이 상황에서 우진이는 정말 화가 난다. 왜냐하면 이수의 말이 다 맞으니까라고 독백을 한다. 나는 이때 우진의 생각에 공감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힘들어하고 있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내 전부와 같은 그녀의 곁을 떠나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이수는 체코로 우진을 찾아간다. 가구의 디자인을 보고 우진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이제는 괜찮다고, 같이 있자고 말하러 간 것이다. 그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처음 이수를 봤을 때 모른 척을 했던 우진의 마음이 참 안되어서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보고 싶어 온 것이 분명한데, 그 상황에서도 그녀를 외면하고, 놓아주려 한 것이다. 그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 한 켠이 진하게 아려왔다.

결국은 둘이 같이 살면서 행복한 마무리로 영화가 끝난다. 나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깊은 여운이 남아 그 자리에 앉아 계속 생각에 잠겼다. 그래. 사랑이란 이런거야. 사랑이란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거야. 그 사람이 담배를 피든, 잘 안 씻든, 살이 쪘든,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그 자체를 사랑하는 거야. 하지만 얼굴은 있어야 해. 얼굴이 잘생기고 예뻐야 한다는 건 아니야. 그 사람 자체라는 추상적인 것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상징적인 것이 얼굴이기 때문이지.